소아 뇌전증, 조기 발견이 어려운 이유와 주요 증상

아이 건강과 관련된 문제는 부모 입장에서는 정말 예민한 주제입니다.
특히 아이가 걷고, 말하고, 놀기 시작할 무렵부터는 ‘정상 발달인지’, ‘혹시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고민이 많아지죠.

그 중에서도 소아 뇌전증(어린이 간질) 같은 신경계 질환조기 발견이 어렵고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부모님의 관찰이 정말 중요합니다.

저도 학생 시절 소아 질환에 대해 배우면서, 특히 신경계 문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의 역할이 크다는 걸 느꼈습니다.
당시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부모가 멍한 표정, 이상한 낙상 한 번을 그냥 넘기지 않고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오늘은 아이의 건강을 걱정하는 부모님들을 위해, 소아 뇌전증이란 어떤 질환인지,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소아 뇌전증이란 무엇인가요?

뇌전증은 흔히 ‘간질’이라고도 불렸던 질환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뇌전증(Epilepsy)’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합니다.
정확히는 뇌의 신경세포에서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발작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아이들에게도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만 18세 이전, 즉 소아기부터 청소년기에 많이 진단됩니다.
※ 참고: 모든 발작이 뇌전증은 아닙니다. 그래서 정확한 진단이 꼭 필요합니다.


소아 뇌전증이 조기 발견되기 어려운 이유

이 질환이 무서운 건 전형적인 ‘경련’ 증상 없이도 진행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래와 같은 증상들은 보호자들이 일상에서 그냥 넘어가기 쉬운 것들입니다.

  • 잠깐 멍한 표정, 대화 끊김
    → 그냥 산만한 성격, 주의력 결핍이라고 오해하기 쉽습니다.
  • 자는 중 경련
    → 아이가 자는 시간에 벌어지기 때문에 부모님이 전혀 인지하지 못할 수 있어요.
  • 짧고 잦은 ‘움찔’ 경련
    → 성장통, 습관성 움직임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 학습능력 저하
    →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갑자기 성적이 떨어져도 ‘사춘기 때문인가?’ 하고 넘기기도 하죠.

저도 실제 병원 실습 중에 이런 아이를 본 적이 있는데, 부모님이 처음에는 “그냥 멍 때리는 버릇이 있나 봐요”라고 말씀하셨다가, 영상 찍어서 보여드리니까 바로 신경과 진료로 연결됐던 적이 있었습니다.


소아 뇌전증, 이런 증상이 있다면 의심해보세요

뇌전증은 아이마다 증상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아래는 대표적인 양상입니다.

  1. 전신 경련
    → 온몸이 뻣뻣해지거나, 떨림이 수 초~수 분간 지속됩니다.
  2. 부분 발작
    → 입 한쪽이 실룩거리거나, 한쪽 팔만 움직이는 등 국소적인 경련이 나타납니다.
  3. 실신 또는 멍해짐
    → 갑자기 ‘정지’된 듯 시선이 고정되고, 몇 초간 반응이 없습니다.
  4. 수면 중 이상행동
    → 자다가 갑자기 신음소리를 내거나 몸을 떨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경우.
  5. 잦은 낙상, 이상한 걸음걸이
    → 아무 이유 없이 자꾸 넘어지거나, 비정상적인 걸음걸이를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호자가 꼭 알아야 할 대응법

아이에게 위와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망설이지 말고 소아신경과를 방문해 주세요.

  • 스마트폰으로 영상 촬영하기
    → 이상 행동이 나타났다면 영상으로 남겨두면 진료 시 큰 도움이 됩니다.
  • 정확한 진단은 필수
    → 뇌파 검사(EEG), MRI 같은 정밀 검사를 통해 뇌전증 여부를 확인합니다.
  • 자가 진단은 금물
    → 아이가 움찔한다고 해서 무조건 뇌전증은 아니며, 전문적인 소견이 필요합니다.
  • 정기적인 추적 관찰
    → 진단 이후에도 정기적인 검사와 상담을 통해 아이의 상태를 계속 지켜봐야 합니다.

소아 뇌전증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다행히도 요즘은 약물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증상이 조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의 성장에 맞춰 신경과 전문의의 판단 아래 약을 조절하게 되고, 일부 아이들은 청소년기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증상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약 복용을 절대로 임의로 중단하면 안 된다는 것!
갑자기 약을 끊으면 오히려 더 심한 발작이 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와 상담한 뒤에 계획적으로 조절해야 합니다.


마무리 한마디

소아 뇌전증은 흔하지만, 조기 발견이 어렵습니다.
그만큼 보호자의 역할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냥 멍한 거겠지, 설마…” 하고 넘겼던 행동이 나중에 큰 병의 단서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학생 시절 느꼈던 것처럼, 아이의 아주 작은 행동 변화도 놓치지 않고 관찰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혹시나 해서 병원에 갔더니 다행이었다’는 말, 보호자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 중 하나입니다.

자녀의 건강한 성장과 미래를 위해, 정보를 알고 준비하는 부모의 태도가 아이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